박앵귀 진개 본편, 박앵귀 진개 만엽의 초, 박앵귀 진개 은성의 초의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탄자쿠에 적힌 문구는 공식 스태프 블로그에서 가져왔습니다.
+ 웹온리에 전시하기 위해 쓴 작품이기에 일어 작문을 상정하고 적어 문장이 어색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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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우는 소리와 함께 헤이스케와 치즈루의 유키무라 마을에서의 나날이 시작되었다. 산속 깊은 곳에 자리해 사람의 왕래가 없던 덕분에 유키무라 마을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치즈루가 마을에 도착한 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마을 사람들의 평안을 빈 둘의 평안은 쉽지 않았다. 더위와 햇살은 나무 아래에서도 피할 수 있었지만 언제까지고 노숙을 할 수 없는 노릇이었지만 마을에는 제대로 된 집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래서 둘은 집을 짓기로 했다. 처음에는 실패도 있었지만 어느새 자신들만의 방식을 터득해 집다운 집을 짓고 있었다.
이 이야기는 ‘유키무라 마을’ 에 사는 두 사람의 게이오 4년 여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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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에도 소리가 있다면 매미 울음소리와 경쟁하고 있다고 느낄 정도로 날카롭게 내리쬐었다. 아직 나찰의 성향이 남아있는 헤이스케를 위해서라도 마을로 내려가는 건 언제나 오후 무렵이었다.
저물녘쯤 도착한 마을의 상점가 분위기가 평소와 달랐다.평소와 달리 일찍 닫은 가게가 있는가 하면 이제 시작인 듯 보이는 가게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사람이 많았다.
“오늘 저녁은 사람이 많네”
“그러게, 오늘 무슨 일이라도 있나?”
치즈루의 감상에 헤이스케는 곧바로 옆의 행인을 붙잡고 물어보았다. 고마워! 즐겁게 지내고! 라고 인사하며 돌아온 헤이스케는 치즈루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했다.
“이 근처에 신사가 있잖아? 그 신사 부근에서 오늘 칠석축제를 한대.”
“벌써 칠석이구나.”
“있지, 치즈루. 괜찮으면 구경하고 갈래? 솔직히 우리 그동안 엄청난 일들 만 겪었잖아? 이런 날도 필요하지 않을까? 짐도 내가 다 들게.”
새삼스레 시간의 흐름을 느낀 치즈루에게 헤이스케가 제안했다. 둘이 보낸 마지막 축제를 떠올리니 입안이 쓴 느낌이 들었다.
“그럼 그럴까? 그래도 내 짐은 내가 들고 싶어. 나름대로 체력 있다구?”
“그건 알고 있지만…그래도 내가 하고 싶어서 그런 건데!”
짐을 뺏기지 않으려고 조금 앞서가는 치즈루를 보며 쓰게 웃는 헤이스케가 작게 중얼거렸다.
이제 정말 평범해졌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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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노점을 구경하던 중 치즈루가 입을 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헤이스케군이 선물해 준 머리 장식을 하고 올걸 그랬어.”
“아까 하나 새로 사준다고 했는데.”
“아니! 지금은 절약이 우선이지.”
“그건, 뭐...그렇지…”
치즈루의 핀잔에 헤이스케는 멋쩍은지 시선을 돌렸다. 그래도 둘은 손을 꼭 잡은채 축제로 물든 거리를 걸었다.
어떠한 임무도, 입장 차이도 없이 맞는 첫 축제.
얼마 전만 해도 피와 죽음으로 만들어진 살얼음 위를 걷는 나날이었다. 거기서 도망쳐 도착한 치즈루의 고향. 항쟁의 위협과 먼 시골 마을에서 둘은 작은 평화를 느끼며 천천히 계단을 올랐다. 계단을 올라 도착한 신사에서 사람들이 한곳에 몰려있었다. 탄자쿠를 쓰기 위해 모여 있는 듯했다.
“있지, 치즈루. 저거 쓸거야?”
“음…글쎄? 헤이스케군은?”
“나는…원래 이런 거 굳이 적나 싶은 쪽이란 말이지. 그래도 이번엔 해볼까….”
“나는 적는 쪽. 근데 안 적어도 괜찮은 것 같아…”
어째서인지 두 사람은 쓸쓸한 표정으로 서로에게 미루듯 말꼬리를 늘였다. 서로의 상반된 반응에 둘의 분위기는 어색해졌다. 긴 침묵 속에서 먼저 입을 연 사람은 헤이스케였다.
“그럼 같이 적을까? 난 이런 거 처음이나 마찬가지고. 두 사람분의 마음이 담기면 이루어질지도 모르잖아?”
“그렇게 해볼까?”
헤이스케의 제안에 치즈루는 아까의 쓸쓸한 표정은 사라지고 밝게 미소지었다.
“사실 난 이런 건 누군가에게 빌기보다 이뤄내자! 하고 다짐하는 편이고. 치즈루, 네가 소원 중에 내가 들어줄 수 있는 게 있다면 내가 들어주고!”
“아하하. 그러면 같이 비는 소원이 아니잖아.”
“그래도 이루어진다는 건 같잖아! 난 언제나 너랑 한 약속은 지킬 거라고 했으니까, 꼭 이루어줄게.”
“헤이스케군…그럼 줄 서러 가자!”
헤이스케의 대답에 즐거워진 치즈루가 사람들이 줄 서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줄을 선 뒤 뒤돌아서 자신을 부르는 치즈루의 모습을 보며 헤이스케 또한 마음의 짐이 조금은 가벼워진 듯했다.
“그래서 말이지 뭘 적을까.”
탄자쿠를 받아 든 치즈루는 고민하자 그 옆에서 헤이스케가 의견을 보탰다.
“빨리 집이 완성되길?”
“아이참. 그건 해야 하는거구.”
“보통 어떤 걸 적었는데?”
“음…어릴 땐 친구가 생기길, 공부를, 검술을 잘하게 해주세요. 같은?”
“그건 노력하면 되는 거잖아.”
“헤이스케군은 은근히 이런데서 이성적이더라?”
“아, 미…미안. 그럴려던건 아니고…또 생각한대로 내뱉었네.”
“아냐. 헤이스케군이 어떤 생각하고 있는지 아는건 좋아해. 아무튼…더 크고 나서는 아버지가 건강해지시길…이라던가…쿄에 도착해서는 아버지를 찾을 수 있기를…그리고 작년엔…”
“…작년엔?”
이런저런 소원은 손가락을 꼽으며 헤아리던 치즈루가 작년 차례가 되자 머뭇거렸다.
헤이스케가 물어보자, 치즈루는 고개를 저으며 얼버무렸다.
“으음…비밀. 그런데 요즘은 잘 안 이뤄져서 이제 안 빌려고 했던 건데….”
말을 흐리는 치즈루의 얼굴엔 슬픔이 묻어났다. 그런 치즈루를 바라보던 헤이스케 또한 아무 말이 없었다. 가만히 치즈루를 바라보던 헤이스케가 붓을 움직였다.
[치즈루가 언제나 웃을 수 있기를 .]
헤이스케가 적은 소원을 본 치즈루의 시야가 조금 흐려졌다. 치즈루가 반응이 없이 조용해지자, 헤이스케가 조심스레 물었다.
“…이상한가?”
“으응,...헤이스케군은 바보. 난 지금도…웃고…있는데…”
“…그렇네.”
젖어 있는 목소리로 웃으며 대답하는 치즈루의 얼굴을 본 헤이스케는 조용히 눈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치즈루는 가만히 그 다정한 손길에 기대었다. 조금 진정된 치즈루도 붓을 들었다.
[언제나 같이 웃어주기를.]
치즈루의 탄자쿠를 본 헤이스케는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울고 싶었지만, 미안한 마음이 더 커서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치즈루는 그런 헤이스케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
“왜 아무 말이 없어?”
“…그건…내가 이런…”
“…이런 몸이라고 하지 않기. 전에 헤이스케군이 말했잖아. 이런 몸이라서 지금 이렇게 나랑 있을 수 있는 거라고. 그리고 이제 마을의 물로 조금씩 낫게 하고 있잖아. 그리고 금방도 그랬잖아. 내가 바라는 건 노력해서 이루어줄 거라고.”
“…그렇지. 으응! 그렇고말고!”
“그러면 돼. 낫는다는 건 마음가짐이 제일 중요하다고.”
역시 난학의원의 딸. 이런 말을 전에도 들었었던 기분이 들었다.
“…응. 나 이제 정말 마음부터 다잡을 테니까. 믿어줘, 치즈루.”
“응! 그럼 슬슬 탄자쿠를 걸어놓고 돌아가자. 더 늦으면 산길 오르기 어려워.”
“그래. 대신 산에서는 절대로! 내가 짐을 들 거야! 그건 양보 안 해.”
“아하하. 그럼 부탁할게.”
헤이스케의 계속된 어깃장에 치즈루는 결국 항복했다.
*****
헤이스케는 짐을, 치즈루는 조금씩 밤눈이 어두워지기 시작한 헤이스케를 위해 등불을 들었다. 둘은 남은 손을 꼬옥 잡고 함께 산길을 올랐다. 탄자쿠 말이야. 조릿대에 걸지 말고 부적 삼아 가지고 올걸 그랬나? 산길에 들어서서야 생각났다는 듯 치즈루가 말했다.
“그거 태워져야 의미가 있는 거 아냐?”
“그래도 헤이스케군이 이루어주는 건데.”
“잘 새겨뒀으니까 절대 잊지 않아. 꼭…이루어줄게.”
작년 칠석 전날...어릉위사 토도 헤이스케는 지금과 달리 인파 속을 혼자 걷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여긴 자주 순찰하던 곳인데.’
반년 전만 해도 8번대 대원들과 때로는 치즈루와 함께 다녔던 길이 지금은 낯설고 쓸쓸했다. 그런 생각을 알기라도 하는지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위를 살피니 사노스케와 치즈루의 모습이 보였다. 이 근처에 10번대 대원들도 순찰하고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헤이스케는 건물 사이에 몸을 숨기고 사노와 치즈루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둘은 봄에 신선조를 떠날 때와 달라진 게 없어 보였다. 달라진 것은 헤이스케 뿐이라는 듯. 사노는 치즈루에게 무언가 건넸고 치즈루는 감사하다는 듯 꾸벅 고개를 숙였다. 내일이 칠석이니 치즈루에게 탄자쿠를 건네준 듯했다.
‘올해도 같은 걸 빌려나.’
아버지를 찾을 수 있기를. 치즈루가 매년 적던 소원이었다. 결국 아버지를 찾는 걸 끝까지 돕지 못하고 신선조를 떠나게 되었다. 자기 입으로 한 약속을 하나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애꿎은 땅만 찼다. 그러는 사이 사노스케와 치즈루의 모습이 점점 작아지더니 사라졌다.
열심히 쫓던 치즈루의 뒷모습이 안보이게 되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헤이스케는 치즈루가 머물렀던 조릿대 앞으로 갔다. 불어오는 바람에 많은 소원들이 어지러이 흩날렸지만 헤이스케는 치즈루의 소원만이 또렷하게 보였다.
[헤이스케군이 건강하고 무사하길.]
치즈루의 소원이 아니라 그렇게 생각해 주길 바란 자신의 바람이 아닐까?
헤이스케는 치즈루의 탄자쿠를 잡았다. 다행히 꿈은 아니었다. 치즈루의 필체로 적힌 자신의 이름을 더듬으며 헤이스케는 조금 울고 싶었다. 그러는 한편,
‘나를 위해 적어준 건데 부적으로 삼아도 될까?’
하지만 탄자쿠는 태워서 은하수로 보내야 한다고 했는데... 한참을 고민하던 헤이스케는 결국 치즈루의 탄자쿠를 가지고 그 자리를 떠났다. 다음날 혹시나 탄자쿠를 태우기 전에 치즈루가 다시 나타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같은 곳에서 기다렸지만, 오늘은 순찰에 따라 나오지 못한 듯했다.
어차피 만나도 말을 걸지도 앞에 나타나지도 못했겠지만.
그날 이후 헤이스케는 지치고 힘들 때면 탄자쿠를 꺼내보며 기운을 냈다. 결국 아부라코지 사건으로 어릉위사를, 인간의 역사에서 내려오게 되며 탄자쿠를 잃어버리게 됐다. 나찰이 되고 나서 생각이 많아지는 날이면 그날을 떠올렸다. 그때 자신이 치즈루의 탄자쿠를 가지고 오지 않았더라면, 치즈루의 소원이 은하수에 닿았더라면, 자신은 지금 나찰이 아닌 평범한 인간으로, 치즈루 곁에 서 있었을까?
다시금 그 생각을 떠올린 헤이스케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이제 이런 생각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니까. 아마 자신은 치즈루를 지키기 위해서 결국은 이렇게 됐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날 이후 헤이스케는 지치고 힘들 때면 탄자쿠를 꺼내보며 기운을 냈다. 결국 아부라코지 사건으로 어릉위사를, 인간의 역사에서 내려오게 되며 탄자쿠를 잃어버리게 됐다. 나찰이 되고 나서 생각이 많아지는 날이면 그날을 떠올렸다. 그때 자신이 치즈루의 탄자쿠를 가지고 오지 않았더라면, 치즈루의 소원이 은하수에 닿았더라면, 자신은 지금 나찰이 아닌 평범한 인간으로, 치즈루 곁에 서 있었을까?
다시금 그 생각을 떠올린 헤이스케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이제 이런 생각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니까. 아마 자신은 치즈루를 지키기 위해서 결국은 이렇게 됐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치즈루의 말대로 점점 나아지고 있으니까.
그리고 언제나 치즈루가 곁에 있어 주니까.
헤이스케는 다시 마음을 다잡으며 치즈루와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그런 헤이스케에게 답하듯 치즈루도 손에 조금 힘을 주었다.
조릿대에 걸어 놓은 탄자쿠는 은하수로.
이번엔 이루어질 것이다.
그렇겠노라 약속했으니까.
혼자 빌고 간직하지 않아도 되는
둘이 함께 이루는 소원.
그리고 언제나 치즈루가 곁에 있어 주니까.
헤이스케는 다시 마음을 다잡으며 치즈루와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그런 헤이스케에게 답하듯 치즈루도 손에 조금 힘을 주었다.
*****
이번엔 이루어질 것이다.
그렇겠노라 약속했으니까.
혼자 빌고 간직하지 않아도 되는
둘이 함께 이루는 소원.